모로코여행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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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 Jeong Oct 16, 2018

마라케시

전날 피곤한것치곤 일찍 잠에서 깼다. 그리고 대략 오늘의 계획을 세웠다. 나는 여행지에서 전통시장/슈퍼마켓/대형마트를 빼먹지않고 방문한다.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명소들에 비해 그 여행지의 진짜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고 그곳을 요약해서 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라케시에서 시장따위가 있는지 찾아보니, 수크라고 불리는 매우매우 거대한 시장이 있었다. 사실상 마라케시에서 볼건 이것밖에 없는듯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의 규모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프리카대륙에서 가장 크다고한다.

그렇게 수크를 보기위해 일찍이 밖으로 나갔다. 어두울 때 도착해서 잘 보지못한 모로코의 모습은 이른 아침의 맑은 하늘덕분에 더욱 흐드러졌다.

옷차림

9월말의 작열하는 태양은 이곳이 아프리카대륙임을 상기시켜주었다. 특히 정오즈음에는 그늘조차 찾기힘들어서 그냥 숙소에 있는게 나은것 같았다. 길가에 개들도 더운지 널부러져있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보인다. 심지어 어떤 여성들은 눈만보이는 히잡을 쓰고 엄청 돌아다니고 있었다. 젊은 여성분이 아이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꼽고 나이키운동화와 청바지차림에 히잡을쓰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메디나

이슬람국가에서 신시가지와 비교되는 구시가지를 메디나라고 부르는것같다. 마라케시에서 구시가지는 거의 전체가 수크이다. 한번 들어가면 도저히 길을 찾을 수 없을정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물건을 팔고있다.

하지만 규모보다 더 기억에 남는건 호객행위가 아주 기승을 부린다는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인에게 인기있는 여행지가 아니라그런지 “니하오, 차이니즈, 곤니찌와, 죠또”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기분이 나쁘지는않았다. 나 또한 모로코사람과 인도사람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여행지에선 어느정도 들려왔던 "안녕하세요"가 없으니 내심 서운한건 왜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내가 가봤던 재래시장중 여기만큼 적극적인곳은 없었다. 좀 더 자세히 보고싶었던 신기한 물건들을 뒤로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너무많은 호객 + 구걸을 해오니 나중에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 현지인들을 들어보지도않고 무시해버렸다. 어쩌면 이 사람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동양인 여행자에게 말을 붙인것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기대했던 재래시장의 정겨움보다 귀찮음과 두려움이 더 컸다.

그런데 오히려 랜드마크근처 큰 식당에서 약간의 따뜻함을 찾을 수 있었다. 신시가지 아울렛앞의 식당에서 식당서빙일을 하시는분은 모로코가 처음인 내게 전통요리를 먹는 방법과, 들어간 재료를 서툰영어로 몇번이나 설명해주었다. 절반가량은 바닥에 흘려버리는 민트티 디캔딩은 귀여웠고, 본인이 잔돈을 안가져왔으니 조금만 기다려서 반드시 거스름돈을 받아가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여느 관광지의 그것과는 사뭇달랐다.

그리고 나는 이날 시차적응의 영향인지 저녁 9시에 잠에 들어서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이동

2.9km. 이날 걸은 걸음의 거리이다.(어제는 18km를 걸었다) 마라케시에서 8:30AM에 메르주가행 버스를 탔다. 그리고 몇번의 휴게를 거쳐 버스에서 내린시간은 9:00 PM. 12시간 30분동안 650km를 달렸다. 심지어 첫 네시간정도는 포장도로라고 볼수없어 멀미가 없을 수 없는, 이리휙 저리휙의 산길이었다. 내 생에 가장 길게 버스를 타본것같다. 모로코는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고 그 중간중간에 마을이 형성되어있는식이라, 네다섯시간정도의 이동은 긴 거리가 아니다. 어제 뉴스에서 본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귀경길이 5시간 걸린다는 기사가 약간은 다르게 느껴졌다.

피곤한 와중에 버스옆자리에 앉은 무뚝뚝한 아저씨가 내민 아몬드한줌은 꿀맛이었다. 나도 보답으로 하리보 한움큼을 드렸다. 그랬더니 또 휴게소에서 호올스캔디를 사와서 주셨다. 먹으니 코가 시원해졌고 피로가 약간 가셨다.

모하네

메르주가와 2km정도 떨어진 하실라비드에 도착했다. 모하네집은 Moha의 가족들이 살면서 숙박업을 같이 하고있어서 모하네라고 부른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라기보단 하숙을 얻은느낌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선택하는 알리네는 일부러 선택하지않았다. 덕분에 묵게된 이 방에는, 에어컨은 커녕 있는거라곤 약간이라도 뒤척이면 떨어질것같은 좁은폭의 침대하나뿐이다. 와이파이는 있을리 만무하고 심지어 숙소밖으로 나가야 3G데이터가 미약하게 잡힌다. (나중에 알았지만 와이파이가 있냐고 물어보면 본인 휴대폰으로 핫스팟을켜준다! 물론 핫스팟인지라 다른방에 있으면 사용불가) 그래서 반강제로 휴대폰없는 생활을 체험해야한다. 그리고 화장실엔 좌변기가 없고, 볼일을 보고나서 물을 끼얹어야한다!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묵어본 숙소중에 최고로 불편했고, 말그대로 "로컬"에 가장 가까웠다. 그들이 사용하는 그릇에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그리고 거실로 사용하는 공간에서 저녁을 먹었다. "불편"은 내 기준일 뿐이었다. 그들은 충분히 행복해보였다.

가족중 세살배기 꼬마가 내가 가져온 화려한무늬의 캐리어가 신기한지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언니에게 호통을들었다. 그 어린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말을거는게 약간 무서워서 쳐다만 보고있던 내가 문득 미안했다. 그래도 나는 약간의 용기를내어 미소지어보였다.

12시간 30분동안 버스를 타고 온건 단순히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좀더 가까이서 보기위함인듯했다.

모하네의 일출 모로코의 빨래는 한시간정도면 마른다